TEC콘서트의 10월 일정이다. 11월에도 다양한 연사들과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 박수민 기자
지난 19일, 토요일인데도 부천 경기콘텐츠진흥원에 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바로 하상욱 시인의 토크콘서트를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상욱은 짧은 글로 공감이나 유머를 주거나 위로를 건네기도 하면서 청춘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시(詩)팔이’입니다.
TEC콘서트의 테크는 ‘Tech Experience Content’의 줄임말로, 최신 기술 정보를 듣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쌓을 수 있는 장을 말합니다. 4차산업시대가 도래하고 개인의 기술과 스케일 업이 중요해진 2019년, TEC콘서트는 4차산업혁명, 사물인터넷(IoT), 디자인, 영상, 하드웨어, 인문&교양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통합 지식 나눔 토크콘서트입니다. 부천에 위치한 경기콘텐츠진흥원 10층에서 하상욱 시인이 어떻게 시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또 앞으로는 예술인으로서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지 ‘시팔이 활용법’을 주제로 TEC콘서트를 시작했습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하상욱의 TEC콘서트 ‘시팔이 활용법’이 시작됐다. ⓒ 박수민 기자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하상욱 시인은 이 명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기니까 재밌는 거다.” 학창시절 당시 만화창작에 매진했던 하상욱은 같이 만화를 그리던 친구가 자신과 비교가 심하게 될 정도로 잘 그리자 만화에 흥미를 잃었다고 얘기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한 재능 탓에 게임이 안 된다고 판단한 하상욱은 디자인 계열로 전공을 바꾸고 나름대로 만족하며 미대를 졸업하고 회사생활도 해나갔습니다. 그러다가 퇴근길 페이스북에 심심해서 올린 짧은 글 ‘사람은 절대 안 변해. 사랑이 변해.’(개허세)를 시작으로 대중에게 시인으로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우연한 기회로 직장인에서 시인으로 탈바꿈한 하상욱은 그러나 도전은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을 관두고 전업 시인으로 바꾼 자신을 용기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겁쟁이라서 가능한 선택이었다고 밝힙니다. 하상욱은 만약 본인의 시가 인기 없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선택이며, 성과가 있어야 꾸준히 할 수 있듯 여러분이 좋아해 주셔서 꾸준히 갈 수 있었던 길이라 말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실패’는 피하고 싶어서 안전한 도전을 했던 것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상욱은 “한 번 배우면 배운 걸 놓기가 쉽지 않은데, 나는 학창시절 매진했던 만화에 한계를 느껴 디자인으로 길을 바꾸고, 또 디자이너로 10년 넘게 살았으나 글을 쓰는 데 재능이 있다는 걸 느끼고 바로 시인으로 갈아탔다”고 고백하며 “실패가 두렵다면 도망쳐라, 그게 내가 해온 것”이라며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다들 지금은 나를 ‘시인 하상욱’, ‘글을 쓰는 하상욱’이라고 부르지만 앞으로 내가 무얼 할지는 나도 모른다. 지금은 그저 ‘하상욱’이 글을 쓰는 것뿐이다”라고 덧붙이며 다가올 급변의 시대에 유연한 사고를 가질 것을 권했습니다.
하상욱은 단편 시집 ‘서울시’에서 작가소개에 실제로 소 사진과 개 사진을 인쇄하여 인터넷 유머 사이트에서 화제가 됐다고 한다. ⓒ 박수민 기자
하상욱 시인의 예술, 직업 이야기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바로 이어졌습니다. “매우 솔직한 자기 이해와 자기수용이 강의 내용이었던 것 같다. 자기 고백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하상욱은 “내 이야기를 포장하는 요령이 있기 때문이다. 포장 안 될 이야기는 아예 하지 않는다. 적당히 가릴 건 가리며 얘기해야 한다. 지금도 안 할 얘기는 안 했으나 질문 주신 분은 날 솔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외에도 시를 쓰는 과정에 대한 질문도 들어왔습니다. 하상욱은 “시상이 떠오르면 핸드폰 메모를 이용해 기록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연구하고 파고들면서 시를 완성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들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영감을 시로 확장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나,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도 얘기했습니다. 후배 SNS 작가가 많아지는데 조언이 있느냐는 질문과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느냐는 질문에 하상욱은 “없어요”라고 간결하게 대답하며 유쾌한 강의를 끝냈습니다.
하상욱이 아끼는 시 ‘애니팡’과 ‘그리운 건 그대일까 그때일까’이다. ⓒ 박수민 기자
‘실패가 두려우면 도망쳐라’, ‘이기니까 즐거운 거다’ 등 자신의 실패나 불안을 덤덤하게 내뱉는 하상욱은 청춘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만큼 ‘쿨’하게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상욱은 자조적이고 유머러스하게 강의를 했으나,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21세기에 고정관념을 버리고 자기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유연한 태도는 필수인 것 같습니다. 내가 무슨 직업을 갖더라도 ‘일을 하는 나’가 아닌 ‘나’가 일을 한다는 걸 잊지 않으면서요.
하상욱을 비롯하여 방송인 홍석천, 안무가 배윤정 등 다양한 전문가를 강연자로 초빙하는 TEC콘서트는 11월, 12월에도 계속됩니다. 전문가의 기술 이야기, 성공담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TEC콘서트. 앞으로 무얼 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한 경기도민이라면 조언을 들으러 가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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