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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경기인] 불길 잡은 의인, 의상자 김재천씨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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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사람을 흔히 ‘의인(義人)’이라 부른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의인이 생각보다 많아 아직은 살 만하다. 이번 호 ‘아름다운 경기인’의 주인공도 그중 한 명인 김재천 씨(57세). 그는 2018년 11월 새벽 출근길에 횟집에서 활활 타오른 불길을 혼자 진화해 인명 피해를 막았다. 의로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는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 의상자로 선정되었다. 1년여 전 화마가 스쳐간 횟집 골목에서 김재천 씨를 만났다.글. 김화숙 사진. 최병준 지금도 군포역 근처 그 골목에는 오래된 상가들이 오밀조밀 터를 잡고 있다. 당시의 화재 흔적은 남아 있지 않지만, 김재천 씨의 ‘의로운 일’은 이웃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이야깃거리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김재천 씨를 찾아간 날에도 인근 한 식당 주인이 반기며 인터뷰 장소를 선뜻 내어줄 만큼 인심을 베풀었다. 김재천 씨는 처음에 ‘우연히’ 한 일인데 주목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인터뷰를 꺼렸지만, 그동안 도움을 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지 못해 지면을 빌려서라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카메라 앞에 앉았다. 11월 새벽 5시면 어스름이 가시지 않은 시간인데요, 인적이 드문 새벽 출근길에 불이 난 걸 보고 많이 당황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들려주세요. 제가 사업에 실패해 막노동판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이른 새벽 배낭을 메고 건설 현장으로 나섰지요. 그런데 자주 지나다니던 골목길의 한 가게 창문에서 불길이 어른거리는 게 보이더라고요. 황급히 그곳으로 달려갔더니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어요. 가게 안에서 자고 있는 사람부터 깨워야 한다는 생각에 출입문과 창문을 세차게 흔들고 두드렸는데 다행히 인기척은 없었어요. 그사이 불길이 옆으로 점점 번져서 일단 휴대폰을 꺼내 119에 신고부터 하고 불을 끌 만한 도구가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하지만 소화기는커녕 눈에 들어오는 건 횟집 앞 수조뿐이었어요. 그래서 수조 위 덮개를 들어내고 소라 더미를 모아놓은 그물망을 끄집어내 유리창을 향해 있는 힘껏 내려쳤지요. 처음엔 끄떡도 하지 않던 출입문이 몇 번 내려쳤더니 부서졌어요. 스티로폼 박스로 수조에 있던 물을 계속 퍼부었더니 10분도 안 돼 불이 꺼지더라고요. 그럼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혼자 불을 다 진화하신 거네요. 맨손으로 불을 끄면서 다친 곳은 없었나요? 불 끄느라 정신이 없어서 엄지손가락에 피가 나는 줄도 몰랐어요. 나중에 지나가는 사람이 제 손을 보고 피가 난다고 해서 보니 살점이 까져 있더라고요. 깨진 유리창 파편이 날아와 다친 것 같았어요. 또 불을 끄는 동안 유독가스를 좀 마시긴 했는데, 사는 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고요. 구급대원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하길래 저는 별것 아닌 일에 호들갑을 떤다며 괜찮다고 했어요. 그럼에도 몇 번이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마지못해 따라갔어요. 그런데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인대가 2개나 나갔더라고요. 병원에서 입원하라고 권유했는데, 갑갑한 것이 싫어 통원 치료를 하겠다며 집으로 돌아왔죠.

01 김재천 씨가 지난해 12월 KBS 뉴스에 소개된 자신의 사연을 휴대폰으로 보여주고 있다.  ⓒ 




02 방송이 나간 뒤 친구들이 SNS로 보낸 응원의 메시지  ⓒ 




03 2019년 4월 보건복지부 의상자로 선정된 김재천 씨  ⓒ 


불이 난 걸 발견한 후 119 신고로 끝나지 않고 어떻게 직접 불을 끌 생각을 하셨나요? 횟집이 있는 곳은 4층 건물로, 1층은 상가지만 2~4층엔 다세대가 살고 있어요. 활활 타오르던 불길이 금방이라도 치솟아 위층으로 번질 것 같았죠. 가게 안에는 나무로 만든 테이블이며 자재가 많은 데다 가스 시설까지 갖춰져 있기에 방치하면 더 큰 참사를 부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 일은 제쳐두고 일단 불부터 끄고 보자는 절박함이 생겼어요. 만약 그때 제가 19에 전화만 하고 일터로 가버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도 하기 싫네요. 사람이 다치는 인명 사고가 났다면 저는 아마 평생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엄지손가락 인대를 다쳤으니 한동안 일도 못 나가셨을 테고, 그동안 생계가 막막했을 것 같은데요. 손에 깁스를 해서 4개월 동안 일을 전혀 못 했어요.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간신히 입에 풀칠만 하고 살았어요. 보험이라고는 자동차 관련 보험밖에 없는 터라 치료비 혜택도 받지 못했어요. 점점 금전적으로 쪼들리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패닉 상태가 되었죠.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 의상자로 선정되셨는데, 어떻게 신청하게 되었나요? 불을 진화한 후 소방서에서 수고했다며 감사장을 주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그때는 정중히 사양했어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감사장을 받으려니 창피하기도 했고요. 그러고 나서 한참 후 군포경찰서에서 다시 전화를 해 뭔가 도와줄 일이 없느냐고 물으면서 감사장을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잘난 것도 없는데 두 번이나 사양하려니 좀 뭣해서 그때 감사장을 받았어요. 그 후 군포경찰서가 다리를 놓아 군포시청에서 저를 보건복지부 의상자로 신청해 2019년 4월 선정되었어요. 덕분에 국가로부터 포상금과 의료비를 지원받게 되었어요. 늦었지만 지면을 통해 그때 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곽생근 전군포경찰서장님과 군포시청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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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다친 걸 보고 가족들은 뭐라고 하셨나요? 화재 사고가 나고 며칠 후 아버지 기일이라 어머니가 계신 고향 전남 화순으로 깁스를 하고 내려갔어요. 어머니가 다친 손을 보시곤 왜 그랬냐고 물으셔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우리 아들 잘했다”며 웃으셨어요. 아버지는 살아생전 “남자로서 할 일은 다 해봐도 도둑질과 욕 얻어먹을 짓은 절대 하지 말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죠. 제가 사업으로 잘나갈 때나 지금처럼 어려울 때나 아버지의 이 말씀은 늘 제 인생의 나침반이 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이웃에게 베풀며 사셨어요. 어릴 적 동네에 보부상이나 악극단이 찾아와 잘 곳이 없으면 저희 집에서 재워주곤 하셨는데, 세월이 흘러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찾아오는 분이 많았어요. 지금도 제 휴대폰 속에는 아버지 영정 사진이 있는데, 세상살이가 힘들거나 보고 싶을 때면 사진을 보며 위로를 받습니다. 김재천 씨는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는 화재로 다친 인대가 더 시리다고 한다. 하지만 일일 노동자가 더운밥, 찬밥을 가릴 형편이 아니기에 오늘도 그는 새벽 어스름에 배낭을 메고 일터로 나선다. 그날처럼 또 어디선가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생긴다면 기꺼이 달려가겠다고 말하는 김재천 씨. 하지만 그런 일로 자신이 널리 알려지는 것은 부담스러워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옛말처럼 좋은 일도 조용히 하고 싶단다. 특히 의상자가 된 후 그의 사연이 방송에도 소개되면서 “훌륭한 일을 해서 기분이 좋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친구가 있는 반면 “후원금은 얼마나 받았느냐”, “그런 거 하면 돈은 좀 주냐”며 비아냥거리는 친구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불쾌해진다는 김재천 씨는 좋은 일로 서로 마음이 상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우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의상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의사상자 지원제도란? 자신의 직무와는 상관없이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을 의사자(義死者) 또는 의상자(義傷者, 1~9급)로 인정하고,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해 그 희생과 피해 정도 등에 알맞은 예우와 지원으로 의사상자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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