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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경기도, 세계 최대 공정무역 도시를 향해 힘찬 출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1-07
10월 30일 경기도 주최, 경기도주식회사와 두레생협 주관 아래 수원의 더함파크 대강당에서 ‘2019 경기 공정무역 포트나잇’이 진행됐다.  ⓒ 박수민 기자


공정무역, 들어본 적 있나요? 들어는 본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요? 그렇다면 ‘생협’은 알고 있나요? 생활협동조합, 일명 생협이라고 불리는 이 단체는 우리 생활 가까이서 편의점처럼 여러 가지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당장 저만해도 집 앞에 큰 규모의 생협 매장이 있고, 대학의 모든 매점이 생협이라 항상 저렴한 가격에 필기구를 사고 신선한 과일들을 먹고 있습니다. 저는 생활협동조합이라고 하니 윤리적일 것 같고, 저렴하게 질 좋은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으니 생협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자주 이용했었는데요. 생협은 공정무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우리에게 상품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공정무역(Fair Trade)은 기존 관행 무역(conventional trade)으로부터 소외당하고 불이익을 받는 생산자와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통해 공정하게 거래하는 것입니다. 최대한 많은 이윤을 남기고 싶어 하는 기업과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생산자들은 무역상품의 가격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해 자신이 재배한 식량과 상품을 매우 싼값에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은 이러한 무역 거래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평하고 윤리적인 무역 거래를 통해 저개발국가 농민, 노동자, 생산자들이 겪고 있는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났습니다. 공정무역 생산자들은 정의를 추구하는 것과 더불어 대개 유기농으로 물건들을 생산해내고, 생협은 안전한 먹거리와 협동을 통한 사회의 변화를 원하고 있으니 지향점이 같아 함께 더 공정한 세상으로 걸어나가고 있던 것이죠. 경기도는 지난 10월 25일 ‘2019 경기 공정무역 포트나잇’ 개막식에서 경기도가 세계공정무역마을위원회로부터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지역매장 접근성 확대, 다양한 공동체에서 공정무역 제품 활용, 지역 정부와 의회의 지지, 미디어를 통한 홍보와 대중의 지지, 공정무역위원회 조직으로 총 5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요. 경기도에선 소비자 생협 매장을 주축으로 공정무역 제품 판매에 심혈을 기울였고, 결국 인증을 받으며 인구 기준 세계 최대의 공정무역도시로 나아가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ATPF 아리엘 기데스 대표가 필리핀 공정무역의 역사와 방향에 대해 강연 중이다.  ⓒ 박수민 기자


환희 속에 시작된 ‘2019 경기 공정무역 포트나잇’(이하 포트나잇)은 2주간 광명, 성남을 비롯한 경기도 15개 도시에서 진행됩니다. 특히, 지난 10월 30일 수원 더함파크 대강당엔 매우 특별한 강연자가 방문했습니다. 바로 필리핀 공정무역 재단(ATPF) 대표 아리엘 기데스가 직접 필리핀의 공정무역에 대해 강연을 하러 수원에 온 것입니다. 필리핀 공정무역 물품 생산의 중심 지역인 네그로스 옥시덴탈은 필리핀 비사야제도의 서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원래 이 섬은 ‘잘라내다’라는 뜻을 가진 ‘부글라스’로 불렸으나 16세기 네그로스에 도착한 스페인이 원주민들의 피부색이 어둡다 하여 ‘네그로스(Negros)’란 모욕적인 이름을 붙인 건데요. 스페인은 20세기까지 네그로스에 정착하여 원주민들을 괴롭혔습니다. 수많은 네그로스 정착민 중 설탕 생산기술이 있던 정착민이 1840년부터 토지를 사들여 거대한 플랜테이션 농지를 만들고 설탕 산업을 시작했습니다. 20세기 초 필리핀 설탕 산업은 크나큰 번영을 이루었으나, 정작 플랜테이션의 노동자들은 노예 취급을 받으며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네그로스를 넘어 필리핀 국민은 불평등에 끊임없이 투쟁해왔습니다. 그들만의 힘든 전쟁이 계속됐으나 1980년대 중반 필리핀 설탕 산업 위기가 닥쳐오면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이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이 위기로 인해 네그로스에 다양한 국제 원조와 도움의 손길이 들어왔습니다. 네그로스의 설탕 노동자와 아이들을 돕기 위한 국제 원조가 넘쳐나자 교회의 리더와 학자들은 단순 식량 배급의 원조 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1987년 알터트레이드(Alter Trade)사가 설립되고, 무역이 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래가 되도록 네그로스 생산자들의 물품 판매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스코바도, 필리핀만의 비정제 유기농 설탕은 1987년 알터 트레이드와 일본의 소비자 생협이 함께한 민중교역 첫 번째 물품입니다. 이후 필리핀의 공정무역은 유럽공정무역 단체와도 연결되며 규모가 확장됐습니다. 곧 일본 소비자에 입맛에 맞고, 수출 시 보관과 이동이 편리한 발랑곤 바나나가 민중교역 물품으로 탄생하여 지금까지도 교역의 핵심 물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스코바도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사람이 많아 가난한 식량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스코바도가 공정무역의 대표 물품으로 자리 잡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한 네그로스 사탕수수 노동자들의 투쟁’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발랑곤 바나나는 ‘한국·일본 소비자 생협과 필리핀 소생산자 사이 특별한 민중연대관계’를 상징합니다. 2004년 필리핀 민중교역이 한국으로 확장되어 주문량이 늘었으나, 바나나 질병의 유행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런 상황에도 한국과 필리핀은 거래를 지속하며 신뢰 관계를 유지해 발랑곤 바나나가 연대관계의 상징이 된 것입니다. 이 두 물품은 각자의 상징에서 더 나아가 수많은 필리핀 내 전쟁 난민들이 지속가능한 수입을 얻게 해주고 삶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평화’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무료로 제공한 발랑곤 바나나를 하나둘씩 먹은 시민들이 공정무역 응원 사진을 남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박수민 기자


이제 마스코바도와 발랑곤 바나나는 네그로스의 평화 그 자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진학조차 어려웠던 네그로스 아이들의 진학률이 확 올라갔습니다. 일정한 수입을 얻으며 경제적 형편이 나아졌습니다. ‘반란군’이었던 주민들이 무역 생산자가 됨으로써 공정한 대우를 받게 됐습니다. 이 모든 게 공정무역이 네그로스 사람들에게 안겨 준 선물입니다. 알터 트레이드는 생산자들이 더 많은 부가가치 창출을 할 수 있게 생산자들을 전문 훈련 중입니다. 왜 100% 유기농 재배를 해야 하는지, 물품 품질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후처리 공정무역 책임 이양 교육 등 단순히 ‘물건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공정무역 조직원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입니다. 꼭 교역이나 무역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네그로스를 도울 방법은 많습니다. 두레생협의 ‘바르크 기금 프로젝트’(이하 바르크 프로젝트)가 그렇습니다. 바르크 프로젝트는 두레생협의 민중교역기금으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기금은 마스코바도 총 연간 수입의 5~10%에 해당하는 추가 수익 혜택을 생산자에게 주었습니다. 또한, 필리핀 내에서도 생협, 공정무역이 지속되도록 도심 조합원에게 네그로스 생산자들의 물품을 판매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특히 유기농 쌀과 토종닭이 부가수입에 크게 기여 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네그로스는 식수를 우물이나 집에서 떨어진 곳에서 모아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르크 프로젝트는 파이프 시설을 확충하여 집에서도 식수를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바르크 프로젝트는 네그로스 주민들의 생활 편의성 외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마스코바도에 주 수입을 의존하던 생산자들이 마스코바도 외에 다양한 작물을 키우는 텃밭 사업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여성 생산자의 목소리를 키우는 데도 이바지를 했습니다. 계속 남자 생산자와 함께, 때론 더 많은 노동을 했음에도 대우를 받지 못하던 여성 생산자들. 공정무역의 성평등 조례와 더불어 바르크 프로젝트는 유기농 채소와 축산에 여성 생산자들의 참여도를 더욱 높이며 동일한 대우를 하고 있습니다. 아리엘 기데스 대표는 몇몇 생산자들에게 우리가 왜 공정무역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고 합니다. “공정무역을 통해 얻게 된 안정적인 생활로 아이들이 더 밝게 웃고 안전하게 지내는 걸 보면 이 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특히 공정무역의 시작은 투쟁과 전쟁이었으나,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불러온 데 감사할 따름이다. 전쟁에서 비롯된 사업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공정무역은 밝고 행복하면 좋겠다. 우리는 이제 아이들에게 행복을 얘기해줄 때다”라고 한 생산자와의 대화를 기데스 대표가 전했습니다. 네그로스에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는 한국에 늘 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인사하면서 아리엘 기데스 대표는 강연을 마쳤습니다.

가수 이시몬(우), 박준(좌)이 ‘거위의 꿈’을 열창하고 있다.  ⓒ 박수민 기자


강연이 끝나고 대강당 뒤에서 함께 공정무역 이야기를 듣던 가수 이시몬과 박준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강연을 인상 깊게 잘 들었다. 우리도 뜻깊은 발랑곤 바나나를 맛보고 싶은데 하나씩 주시면 안 되느냐”고 말하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풀어나갔습니다. 회의실 같은 공간이었으나 이시몬과 박준은 개의치 않고 ‘거위의 꿈’을 포함해 앙코르곡까지 총 네 곡을 열창하며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해주었습니다.

아리엘 기데스 대표와 시민들이 더 공정한 세상을 위해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 박수민 기자


우리는 걸치고 있는 옷부터 사용하는 휴대폰, 잠자는 침대까지 누군가가 만든 물건에 기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물건들이 누군가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며 만들어진 물건일 수도 있고, 수많은 투쟁 끝에 만들어낸 걸작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세상에는 아직까지도 거대 경영회사에 노예 취급을 받는 노동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공정무역이 인증된 물건들을 계속 소비한다면, 다른 기업들도 차츰 윤리적인 경영으로 눈길을 돌릴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물건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필리핀의 네그로스 생산자들처럼 오랜 투쟁 끝에 겨우 얻어낸 평화가 있을지, 하루 정도는 생각해보면서 지내는 건 어떨까요? 협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행복을 향해 달려간다는 생협 매장을 주축으로, 경기도에는 수많은 공정무역 인증 물품들이 판매 중입니다. 부지런히 더 공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왔던 경기도가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마련해놓았기 때문에, 우리 소비자들은 물건에 깃든 이야기를 한 번쯤 상상해보는 마음의 비용만 지불하면 됩니다. 2주간 진행되는 ‘포트나잇’이 우리 동네에서 열린다면 방문해보세요. 더 공정한 경기도가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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