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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리스크의 고려인을 만나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30
출국 직전 원정대의 모습이다. ‘응답하라 1919’가 새겨진 노란 역사원정대 단체복을 맞춰 입었다.   ⓒ 김세은 기자


10월 23일 오전 7시, 이른 시간부터 경기도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눈에 띄는 노란 유니폼을 입고 인천공항에 모였다. 바로 경기도에서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경기도 중학생 역사원정대’이다. 청소년들이 자주독립과 항일 투쟁의 역사를 실제 중국(상하이·항저우)과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의 항일·독립운동 거점지를 방문하며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체험학습의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러시아로 출발하기 전 공항에서의 원정대이다.   ⓒ 김세은 기자


역사원정대는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의 협력에 따른 실제 수업과 연계한 현장체험 프로그램이다. 대상은 약 1000여 명의 중학생 및 역사·보건교사와 교육지원청 장학사, 소방공무원, 경기도 청소년기자단으로, 총 31명씩 31팀으로 구성되었다. 프로그램 참가 학생은 교육청 추천으로 31개 시군별 1팀씩 선발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이외에도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신청·접수 후 선발된 2개 팀이 있다. 학생들은 각 교육지원청 단위로 탐방 한 달 전 사전교육을 통해 답사 루트와 역사교육을 받고, 조별 친목을 다졌다. 지난 8월 13일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열린 경기도 중학생 역사원정대 발대식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단순히 여행이 아니라 정말로 조국을 침탈당했을 때, 나라를 잃었을 때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모범적으로 1차 원정을 잘 수행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도착한 원정대이다.   ⓒ 김세은 기자


3명의 경기도 청소년기자단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로 향하는 역사원정대의 일원이 되었다. 앞으로 이어질 4개의 기사를 통해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간 4일의 여정을 소개한다.

고려인 민족학교에 들어가는 원정대의 모습이다.   ⓒ 김세은 기자


설렘이 가득한 비행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후 발걸음이 향한 곳은 우수리스크 고려인 민족학교이다. 고려인은 옛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러시아를 비롯한 구 소련 국가에 주로 거주하는 한민족을 이르는 말이다. 1864년 연해주에 농경지를 찾아 나선 함경도 농민 13가구가 최초로 마을을 이루었고, 점점 이주민들이 늘어가면서 이들은 황무지였던 땅을 개척해 정착했다. 그리고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전후부터는 수많은 애국지사가 건너가면서 연해주는 항일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우수리스크는 고려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항일 투쟁의 역사가 곳곳에 묻어있는 의미깊은 장소이다.

5개의 북으로 이루어진 전통 북 공연이다.   ⓒ 김세은 기자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고려인 민족학교의 독립문화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고려인 강제이주의 역사와 아픔을 무용과 연극으로 표현한 공연이 이어졌다. 중일전쟁이 일어난 1937년, 스탈린 정권은 일본의 첩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고려인 강제이주를 결정해버렸다. 이때 수많은 한인 민족주의자들이 숙청되었고, 고려인들은 목적지도 모른 채 빈손으로 연해주에서 6000km 떨어진 중앙아시아 반사막 지대에 버려졌다.

고려인이 강제 이주 이후 척박한 땅을 일구고 볍씨를 뿌려 큰 수확을 거둔 장면을 춤과 소품으로 표현했다.  ⓒ 김세은 기자


버려진 고려인들의 삶은 비참했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이주 첫해의 모진 학대와 고통을 이겨내며 농토를 개간하고, 볍씨를 심어 대풍작을 이루어냈다. 이들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3년 만에 척박한 반사막 지대를 옥토로 바꾸고 자립기반을 이룬 것이다. 고려인들은 소비에트 농업 생산의 주요 축이었다. 이어진 공연은 볍씨의 수확을 표현하는 무용 공연이었다.

민족센터의 학생과 선생님이 화려한 전통 부채춤을 선보였다.   ⓒ 김세은 기자


한국 전통 북 공연과 부채춤도 잇따르며 한국 고유의 정서가 담긴 아름다움을 뽐냈다. 민족학교의 김발레리아 교장은 “이곳은 고려인의 후대들이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한글을 배우며 한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나가고자 설립한 곳이다. 현재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 160여 명이 학교에 등록되어있고, 50여 명이 예술을 배운다. 오늘 공연을 보여준 사람들은 대부분 고등학생이고 일부 선생님도 포함되어있다. 역사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살아도 같은 민족이라 서로 교류하고 문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청소년 교류활동 방법을 정수연 역사교사가 설명하고 있다.   ⓒ 김세은 기자


일정의 마지막으로 1시간 동안 고려·러시아인 학생과 역사원정대의 청소년 학생 교류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로의 언어에 서툴러 원활한 대화가 힘들었지만 질문을 주고받는 시간이 되자 분위기는 급속도로 친밀해졌다. 한 고려인이 학교를 졸업하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묻자 “상담사, 그러니까 마음을 읽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바나나 공장을 세우고 싶다” 등 각자의 개성 넘치는 대답에 웃음이 쏟아졌다. “러시아에서 또 어느 도시를 방문하고 싶나요?”, “한국에 대한 질문이 있나요?”, “역사원정대에 대해 사전에 들은 바가 있으신가요?”, “한국에서도 눈이 오나요? 눈이 올 때는 무엇을 하나요?” 등 다양한 질문이 오고가며 역사원정대와 고려인 청소년은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활동이 마무리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학생들은 서로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박수를 쳤다.  ⓒ 김세은 기자


학생들은 할리갈리, 윷놀이, 젠가, 007빵 등 게임의 규칙을 서로 설명해주고 게임을 하며 친목을 다졌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아쉬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서로 연락처와 SNS 계정을 공유하고 간직할 수 있게 선물로 그림을 그려주는 친구들도 있었다.

기자가 직접 그린 첫날을 담은 만화이다. 좌측 하단에는 기자와 교류한 러시아 학생이 그려준 그림이 있다.   ⓒ 김세은 기자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 역사원정대는 워크북에 소감과 여행 일정을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설렘이 가득한 의미 있는 첫 발자국이었다. [DAY1 인터뷰] 이결 & 박우주 & 박한들 & 이시우 학생 Q: 역사원정대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A: 평소 역사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독립운동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역사원정대에서 역사적 장소를 직접 방문해서 독립운동가들의 생생한 발자국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 같아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러시아는 평소 가기 힘들고 다소 생소한 나라라서 호기심도 컸고, 교과서에 해외에서의 독립운동에 관한 내용이 적어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Q: 사전교육 당시 무슨 활동을 했나? A: 오늘 탐방 이전에 2번 사전교육을 거쳤다. 첫날에는 레크리에이션과 참가자 친교 시간이 있었고 조별로 오늘 있었던 고려인·러시아 학생들과의 교류시간에 물어볼 질문도 정했다. 2일 차에는 역사 선생님께 역사교육을 받았다. Q: 사전교육 때 역사를 미리 공부했다고 들었다. 사전교육이 도움이 됐는가? A: 도움이 많이 됐다. 특히 고려인에 대한 부분은 교과서에도 잘 실리지 않은 내용이라 새롭게 알게 됐는데, 미리 역사를 배운 덕분에 고려인의 역사를 춤으로 표현한 공연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제이주와 같은 슬픈 역사를 알고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어서 좋았다. Q: 고려인 학생들을 만난 소감은? A: 다른 나라 학생들을 만나니 굉장히 떨리고 신이 났다. 러시아 학생들은 러시아어를 쓰고 우리는 한국어를 쓰는데, 영어도 잘 통하지 않아서 통역을 해주는 친구가 한 명 있었음에도 소통이 잘 안 돼서 처음에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질문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알게 되니 언어를 뛰어넘어 마음이 통하는 게 느껴졌고, 몸짓과 표정 등으로도 소통이 됐다.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가 힘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SNS 계정을 서로 팔로우해서 소식을 받고 연락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다. 한민족이 다른 모습으로 살게 된 게 신기했지만 그 배경에 슬픈 역사와 수탈당하던 우리 민족의 눈물이 있다는 게 떠올라 숙연했다. 일본의 침탈과 고려인 강제이주를 기억하고, 기록하며 잊지 말아야겠다. 오늘 방문한 민족학교처럼 러시아에서도 한국의 문화와 정신을 가르쳐주고 이어나가려고 노력하는 곳이 있어 다행인 것 같다. 또한, 고려인을 만나기 전 본 고려인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영상에서 나왔던 구절, “연해주는 수많은 애국지사가 조국의 광복을 위해 혼을 불태운 곳이었다. 그들의 혼을 심지 삼아 타올랐던 불꽃은 꺼지지 않은 혼불이 되어 연해주 땅을 밝히고 있었다”가 가슴에 남는다. 내일 일정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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