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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색(色)으로 담아내다.

삶의 이야기, 색(色)으로 담아내다.
- 민화(民畫) 대명장, 소운(素雲) 정덕순


선을 긋는 손끝에 겨레의 소박한 정서가, 맑고 깊이 있는 색을 칠하는 붓끝에 진실한 소망이 담긴다. 옛 화공들이 그려낸 아름답고 순수한 세상이 가득 담긴 민화(民畫). ‘우리 그림’인 민화의 매력에 빠져 40여 년이 넘는 시간을 오로지 민화 그리는 일에 열정을 바쳐 온 정덕순 민화 대명장. 그는 오늘도 우리 땅에서 본 색깔과 선조들이 본 세상을 화폭 가득 그려낸다.

글 김윤경 편집기획팀장 사진 이보영 주무관
 



우리 정서와 사상이 담긴 실용적인 그림
어릴 적 교과서에서 봤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은 보통의 선비들이 그린 사군자와는 다른 친근감이 들었다. 당시 생활상과 풍속이 그대로 담긴 민화 속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 옷차림새는 그 당시 그 시간을 함께 누리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그건 민화가 전통 사상에 따라 그린 실용적인 그림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거랍니다. 민화가 언제부터 있었는가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우리 민족과 함께 늘 존재했다는 거죠.”
정덕순(64) 민화 대명장은 민화가 도화서(圖畵署)에 속해 있었던 화원(畵員)이나 사대부 계층이 그린 정통 화가의 그림이 아닌, 시민들에 의해 그려지고 민중이 애용했던 실용적인 그림이라고 설명한다. 민중에서 싹튼 자유로운 화풍의 그림부터 왕실에 걸었던 궁중화까지 모두 민화라고 할 수 있단다. 그중 그는 기록화(記錄畵)에 마음을 품었다. 왕실이나 조정에서 각종 행사나 각 계층의 다양한 생활을 소재로 다룬 풍속화의 일종인 기록화는 어느 분야의 회화보다 한국의 미와 멋의 정취를 오롯이 담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책임감으로 이어온 역사 담긴 기록화 작업
“기록화는 역사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림을 보면 시대마다 어떤 일을 해왔다는 걸 알 수 있고, 역사 공부도 할 수 있어 기록화를 많이 그리고 있습니다.”
기록화의 첫 작품으로는 왕이 거하는 ‘궁궐’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그는 *<동궐도>를 시작으로 수많은 기록화 작업을 이어왔다. 동궐도는 도안만 8개월이 걸렸다. 특히, 궁궐 안의 나무를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자료집을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이고 현장에 직접 찾아가 관찰하는 등 작품 완성에만 꼬박 2년이 넘게 걸렸다. 기록화는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섬세하게 원본 그대로를 재현해야 하기 때문에 도안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조대왕수원화성능행도>, <일월오봉도>, <이순신 장군 해진도> 등의 작업을 지속해왔고, 군학도, 십장생도, 군봉도, 요지연도, 문자도, 궁중책가도, 평생도, 화접도, 몽유도원도, 군호도 등 다양한 작품을 그렸다. 수많은 작품을 그리면서 젊은 시절엔 3시간 이상 잠을 자본 날이 없을 정도로 민화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았다. 민화에 대한 그의 열정은 ㈔한국예총 문화예술 민화명인이자 대한민국 명장대전 대명장으로 인정받았다.
 

▲일월오봉도



섬세하고 깊이 있는 우리의 선과 색
정덕순 명장의 작품은 색이 맑고 깊이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래서 인사동에서 오랫동안 민화를 그렸던 사람들도 그의 색감을 배우러 온다고. 그는 제자들에게 색깔을 흉내 내지 말고 기법을 배워 본인의 깊이 있는 색을 만들라고 주문한다. “민화는 섬세한 작업이에요. 필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색이 살아있어야 합니다. 최소 10년 이상 색을 공부하지 않으면 민화를 그린다고 말하면 안 될 만큼 ‘우리 색’에 대한 연구와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는 또한 무조건 창작 민화만 작업하는 요즘 젊은 작가들의 현실에 대해서도 충고한다.
“창작을 하려면 먼저 전통을 확실히 파고들어야 합니다. 전통을 완벽히 배우고 나면 자연스럽게 전통을 지킨 창작 작품이 나오게 되거든요. 그런데, 전통을 배우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창작을 한다는 것은 이야기가 담기지 않는, 죽은 그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오방색의 맑고 깊이 있는 색채, 찬찬히 살펴볼수록 편안해지고 즐거워지는 그림. 민화는 그렇게 오랜 노력 끝에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 소망을 바라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 완성된다.
 



민화, 경쟁력 있는 세계적인 아름다움
그는 청와대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전통 민화 시연을 한 적이 있다. 하루 6천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하는데, 2005년부터 3년여간 청와대에서 전통 민화 시연을 하며 큰 보람을 느꼈단다. “관광객들이 붓으로 세밀하게 그린 스케치에 정밀하게 채색하는 것을 무척 신기해했습니다. 좁은 공간에 색이 번지지 않고 섬세하게 그려지는 것에 감탄하더라고요.”
선과 색이 살아있는 민화는 가까이에서 보면 마치 그림이 말을 하는 듯, 세세함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는 이러한 민화의 특징이 해외에서도 신비롭게 느껴져 경쟁력이 있을 거라며 해외 진출에 대한 희망을 내비친다.
40년 이상을 민화 작업에 열중해 온 그의 바람은 전통기법으로 그린 가장 한국적인 표본을 우리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것, 그리고 전통 민화의 명맥이 이어질 수 있도록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민화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소운(素雲) 정덕순 대명장, 그는 본인의 호(號)처럼 전통의 기본을 지키고, 흘러가는 구름처럼 자연스러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오늘도 붓을 들어 삶을 기록한다. 한국의 아름다움과 멋의 정취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통 민화가 더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동궐도 : 동궐이라고 묶여 불리던 창덕궁과 창경궁, 후원 일부를 상세하게 그린 궁중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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