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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 기대어 마음을 나누다

흙에 기대어 마음을 나누다

 

이호정 도예활동가

 


흙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도예활동가로 살아가게 했다는 MOON&도자기 이호정(47) 대표. 춘의동에서 터를 잡고 오랜 시간 흙으로 놀고, 흙으로 취향을 찾으며, 흙의 언어로 소통을 이어 온 그녀는 흙놀이의 과정에 대한 즐거움을 나누는 교육기획자로 끊임없이 활동 중이다.


+ 글 김윤경 미디어홍보팀장 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

 

운명처럼 시작된 도예의 길


단단한 쇳덩이가 자유자재로 작가의 생각을 표현해내는 금속공예가 멋있어 보였다. 무조건 금속공예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덜컥 공예과를 지원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멋과는 달리 쇠를 자르고 작업할 때 나는 쇳소리가 소스라칠 정도로 싫었다. 바라봤던 것과 경험했던 것의 괴리. 날카로운 소리가 싫어서 도망치듯 잡았던 것이 흙이었다. 편안하고, 부드럽고, 재미있었다. 손끝에서 만져지는 질감이 근사했다. 뭐든 마음먹은 대로 표현할 수 있는 흙의 매력에 금세 빠져들었다. 그때부터였다. 흙으로 자신에게 집중하고, 흙으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
 

도자기의 본질인 흙, 유약 등 소재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어 대학원은 무기재료공학과를 선택했다. 그곳에서 3~40년간 흙을 다뤘던 여주의 명인들을 만나게 되고, 재료의 본질에 대해 파악하고 이해하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게 됐다. 25살 무렵, 아르바이트로 고강복지관의 도예교실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흙 놀이를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을 평생 하게 될 줄은.

 

 

마음을 깊이 어루만져 주는 흙의 매력


“고강복지관에 장애 아동들의 치료교실이 있었어요. 아이들에게 흙이 좋다는데 수업이 가능하냐고 묻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도 장애인 대상의 수업을 놓지 않게 된 계기가 된 거죠.” 그녀는 아이들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미술치료를 배우고, 소통하면서 작업하는 과정을 지속해왔다. 당시 만났던 아이들이 지금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정식 등록된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그녀의 제자이자 동료가 되었다.


“발달장애인을 가르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아이들 덕분에 저도 성장했어요. 좋은 특수학급 선생님들을 만났고, 교육하고 작품을 전시하면서 좋은 인연도 많이 쌓아왔거든요.” 그녀는 지금까지도 노인보호센터, 쉼터 어르신, 특수학교의 도예교실, 진로교육체험 등의 강사로 활동하면서 ‘흙을 통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그녀가 결코 손에서 놓지 않는 일은 동료가 된 제자들의 교육과 긴급 보호가 필요해 쉼터에 온 어르신을 위한 도예 치료다. 상처로 마음이 굳게 닫혀있던 사람들도 흙을 만지면 어릴 적으로 돌아가 마음이 열고,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다고. 사람들이 흙에 기대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토닥토닥 마음을 어루만지며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문화도시협의회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그녀지만, 흙 놀이에 대한 즐거움을 알기에 오늘도 흙을 잡는다.

 

 

저는 입버릇처럼 공방은 93세까지만 하고, 2년 뒤엔 하늘나라 간다고 말해요.

사람들은 그때까지 일하는 건 너무 끔찍한 거 아니냐고 묻지만,

저는 ‘흙 작업’을 일이라고 생각 안 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정인걸요.

저의 존재를 드러내주는 흙을 행복하게 오랫동안 다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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