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한국 최초의 사제이며 순교자인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인데요. 2019년 11월 유네스코는 김대건 신부를 2021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이에 용인시는 천주교 수원교구와 함께 성지 순례길을 조성 하였기에 이번에 소개해드릴 곳은 김대건 신부의 첫 사목지이자 순교하기 전 마지막으로 미사를 드린 용인 `은이성지’와 순교 후 시신이 옮겨진 `청년 김대건 길`입니다.

용인시 양지면에 있는 은이성지는 숨어있는 마을, 은리(隱里)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어요. 천주교 박해 시기에 숨어 살던 천주교 신자들에 의해 형성된 교우촌이기 때문인데요. 은리(隱里)는 한국 교회사의 초창기 교우촌이자 김대건 신부의 사목 활동지입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유의하여야 할 점은 음식 반입, 반려동물, 확성기, 돗자리, 자전거, 공놀이가 금지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순례자와 여행자 모두 지켜야 할 약속입니다.



은이성지는 김대건 신부가 어린 시절을 보내며 신앙을 키워온 골배마실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1836년 프랑스에서 온 모방(Maubant, P) 신부로부터 세례성사와 첫 영성체를 받고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마카오로 파견을 갔는데요. 9년 뒤인 1845년 상해 인근 김가항 성당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한국인 최초의 신부가 되었습니다. 귀국한 뒤에는 은이 공소에 기거하면서 서울과 용인 일대 교우들을 사목하였어요. 그러므로 은이성지는 사실상 김대건 신부의 본당 역할을 한 곳이자 그의 땀과 신앙이 배어 있는 유서 깊은 곳입니다. 마당 한편 옛 은이 공소지로 전해지는 곳에는 모방 신부가 15세 소년 김대건에게 ‘안드레아’라는 세례명으로 세례성사를 하는 모습을 조형물로 설치해 놓았습니다. 작은 형상이지만 스토리를 알고 보면 잔잔한 감동이 전해집니다.



성당 앞에 서면 종교에 상관없이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싶게 만드는 곳 ‘김가항 성당’의 모습입니다. 때마침 사진에 빛 내림이 담긴 것을 나중에야 확인하고는 왠지 성스러운 마음이 들었는데요. 빛 내림 사진을 찍은 경험은 손에 꼽힐 정도이기에, 특별한 순례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곳은 김대건 신부가 사제 서품을 받았던 중국 상해의 김가항 성당을 복원했기에 그 의미가 깊은데요. 2001년 상해정부 도시개발계획으로 성당을 철거하게 되어 건축자재 일부를 옮겨 복원했고, 김가항 성당은 올해 3월 용인시 향토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김가항’이란? 상해 황포 강가에 있는 옛 항구의 이름으로 김 씨 성을 가진 주민들이 많이 살았다 하여 ‘金家港’으로 붙여졌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성전은 기도와 묵상을 위한 곳이기에 짧은 바지, 짧은 치마, 민소매, 슬리퍼, 음식 반입, 반려동물 금지 등 제한이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천주교 수원교구의 지시사항에 따라 8월 말까지 은이성지 주관하의 모든 행사는 중단되었으니 이용에 참고하세요. <은이성지 안내 사항> 성지 미사 : 매일 11시 봉헌(월요일 제외) 도보 성지 순례 일정 :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은이~미리내) 성지 순례 확인 도장 : 쉼터(성지 입구, 상시 개방), 사무실 사무실 문의 : ☎ 031-338-1702



일반적으로 성당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이곳은 나무로 만든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따뜻함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성전 안에 기도하는 신자가 있어 경건한 마음이 들었기에 사진 촬영은 하지 않았는데요. 경건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눈으로 볼 기회를 만들어 보셨으면 합니다. 성당 바로 옆에 있는 ‘김대건 기념관’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김대건 신부의 삶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펼쳐놓은 기념관과 200년 넘게 신앙생활을 해왔던 은이 교우촌 신자들의 유물관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김대건 기념관은 김대건의 출생과 성장, 청년 김대건과 신부 김대건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종이의 수명이 천년 이상 간다는 닥종이로 표현된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감동을 줍니다. 한 바퀴 둘러보며 일대기를 읽어 보는 것은 종교적 의미를 넘어 한국의 역사 또한 알 수 있었고, 김대건 신부 그 이전부터 200년 넘게 신앙생활을 하며 집안의 가보처럼 두었던 서적과 의복 등 신앙 유적들을 보는 것 또한 역사적 의의가 있었습니다. ※ 김대건 기념관은 사진 촬영 금지되어 사전에 허가를 받고 일부분만 촬영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은이성지는 다른 성지에 비해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김대건 신부의 성장, 세례성사, 신학생 선발, 사제 서품 후 사목활동 등 매우 중요한 장소이기에 사진이나 글로 전할 수 없는 의미와 깊은 시간의 역사를 함께 느껴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길 건너 냇물이 흐르고 있는 다리를 건너 ‘십자가의 길’에 올라봅니다. 천주교 신자들이 기도하는 곳으로 성지 순례와 기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데요. 십자고상이 있는 곳에서 시작되며 ‘십자가의 길’이라는 기도문을 드릴 수 있는 14처가 있습니다.



중심부 잔디 광장에는 야외 미사를 볼 수 있게 제단을 만들어 놓았어요. 뜨거운 볕을 가려주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기도문을 읽으며 보낸 시간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14처의 기도가 모두 끝나고 만난 조형물이 왠지 낯설지가 않은데요. 마당에서 봤던 조형물에서 모방 신부와 소년 김대건의 모습만 가위로 반듯하게 오려낸 것 같아요. 시작과 끝을 알리듯 은이성지 순례자 여행의 엔딩을 알립니다.



은이성지 순례길 또는 청년 김대건 길이라고 불리는 성지 순례길은 2020년 7월 17일에 금요일에 완공되었습니다. 이 길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2000년대 초반부터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많은 신자들이 걸었던 도보 성지 순례길을 좀 더 정비하여 신자 외에도 많은 이들이 올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한 것인데요. 역사 탐방로인 ‘경기 옛길 영남 길’ 에 포함되어 있답니다. 은이성지에서 미리내 성지까지 가는 길에는 험한 고개가 세 군데 있는데 이 고개는 김대건 신부가 생전에 넘나들며 미사를 거행하고 성사를 집행한 사목활동 행로와 순교 후에는 열일곱 살의 어린 소년이 새남터에서 미리내까지 신부의 시신을 옮긴 경로입니다. 옛 부터 교우들은 이 고개를 신덕 고개(은이 고개), 망덕 고개(해실이 고개), 애덕 고개(오두재 고개)라고 부르며 성 김대건 신부를 따라 걷는 도보 순례를 했습니다. 은이성지를 출발하여 <성지순례길> 표지판을 따라 1시간 정도 걷다 보면 신덕 고개에 도착하고 곱든 고개 방향으로 미리내 성지를 가는 1코스와 와우정사 방향으로 가는 2코스로 나누어집니다.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꾸며 조성한 곳이 바로 청년 김대건 길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신자들뿐만 아니라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주목을 받으며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김대건 길을 ‘청년’이라고 명명한 것 또한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몸과 마음의 쉼이 필요한 이때, 은이 성지와 청년 김대건 길을 걷고 사색하며 내 안의 힐링을 찾는 시간이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위 내용은 경기도민기자단이 작성한 글로, 경기도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경기도블로그]
[작성자:2020 경기도민기자단 안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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