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장 큰 가치는 사랑이고 사랑에는 고통이 동반된다는 점을 인정하면 그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게 됩니다. 여러분 모두 사랑과 고통을 인정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29일 오전 10시 경기도청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열린 북부청사 경기포럼에서 정호승 시인이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사랑과 고통의 본질에 대해 강연했다. 이날 정호승 시인은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가 급변하는 요즘, 우리는 가장 중요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을 놓치고 있다”며 “자본주의의 소중한 가치는 자본과 돈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라는 가치다. 그것은 사랑 안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집필한 ‘여행’이라는 시를 보여주며 우리는 현재 삶의 여행과 죽음의 여행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태어나면 동시에 죽음으로 걷게 됩니다. 빛이 삶이라면 그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는 죽음이죠. 죽음을 의식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그 존재를 알게 되면 허무하게 삶이 끝나 버립니다. 죽음이라는 여행을 잘 떠나기 위해 삶이라는 여행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합니다.” 정 시인은 또 “단 한 사람의 사랑을 얻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그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고통으로 얼룩진 이 길을 걷는 것”이라며 “인생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사랑하는 법을 물으며 배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호승 시인은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은 세계적인 부호인 동시에 남들을 사랑하는 법을 가장 중시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정 시인은 “우리는 성공의 잣대를 돈 많이 버는 것, 물질적인 것에 국한하지만, 그러한 객관적인 잣대보다 사랑이라는 주관적 잣대가 중요하다. 가족부터 친구, 주위 이웃에게까지 사랑을 받는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성공한 삶”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 사랑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희생과 책임, 무한함 그리고 용서가 동반돼야 한다”며 “용서는 선택이고 그 선택으로 과거를 해방하고 현재를 치유할 수 있다.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용서라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호승 시인은 헨리 나우웬 작가의 작품 ‘돌아온 탕자’에 나온 글귀 ‘관계가 힘이 들 때 사랑을 선택하라’를 보여주며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사람들은 인간관계가 힘이 들면 증오와 미움을 선택한다. 하지만 저는 이 글귀를 보고 사랑을 선택하지 않음을 후회하게 됐다”며 “사실 그 선택 자체가 힘들기도 하고 상대방의 선택이 무서울 때도 있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의 선택을 더 소중히 한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선회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호승 시인은 1973년 대한일보에서 진행한 신춘문예에 작품 ‘첨성대’가 당선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정제된 서정으로 비극적 현실을 자각하고 사랑과 외로움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 시집으로는 어두운 시대를 사는 슬픔과 의지를 노래한 ‘슬픔이 기쁨에게’(1979)와 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슬픔과 그 속에서의 희망을 담은 ‘서울의 예수’(1982) 등을 간행했다. 소설집은 ‘연인’(1998), ‘항아리’(199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