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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경기인] 가천대학교 전자공학과 조성재 교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8-30
어떤 것이 눈에 보일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산업과 기술의 영역뿐 아니라 학문의 발전, 국가의 발전, 인격 수양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 모든 영역에 해당한다. 반도체 연구의 선두 주자 조성재 교수는 과학기술에도 오랜 시간을 품는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성재 교수와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과학기술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한민국 반도체 연구의 선두 주자, 가천대학교 전자공학과 조성재 교수.  ⓒ 사진 홍하얀


지난 7월 4일, 일본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세 가지 부품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뒤이어 수출 우대 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함으로써 이른바 한일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었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이어 민간에서도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관광 거부가 이어지면서 한일 갈등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정책 대응과 중•장기 전략이다. <나의 경기도> 9월호 ‘아름다운 경기인’의 주인공은 한일 갈등의 주 무대인 반도체 분야 연구의 대한민국 선두 주자이자 2011년 ‘대한전자공학회 젊은공학인상’을 수상한 가천대학교 전자공학과 조성재 교수다. 조성재 교수는 이미 경기도에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을 제안한 바 있으며, 반도체 산업에서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자체와 산업계의 접점을 다각적으로 탐색해왔다. 조성재 교수에게서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과학기술의 전반적 현황과 방향 그리고 열정과 애국심 넘치는 과학자의 인식을 들어보았다. 곽윤석(이하 곽) 반도체 소재 부품 영역에서 한일 갈등에 대해 의견을 말씀해주세요 조성재(이하 조)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재나 부품 면에서 취약하기 때문에 언젠가 이런 상황이 닥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습니다. 다만 일본이 자유무역주의를 스스로 포기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둔 것은 일본의 역사 왜곡, 경제적 상황과 한국의 반도체 소재, 부품의 취약성을 고려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와 과제는 무엇입니까? 우리나라가 반도체 소재나 부품 기술에 대해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기술 개발 능력이 부재한 것은 아닙니다. 상당한 수준의 기술 축적이 이루어져왔지만 문제는 그 기술의 발전이 국내 산업 전체, 그리고 대외 수주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해 발전하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즉 중소기업이 소재나 부품 기술이 있어도 이것을 상품화하고 판매하지 못한다면, ‘기술-생산-판매-혁신-재생산-판매 확대’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의 요소 기술, 즉 잘 제조(조립)해서 판매하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반도체 분야의 가장 하위 단계인 소재 부문과 가장 상위 단계인 시스템 부문은 둘 다 취약합니다.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 상황에서 볼 때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갇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소재와 부품의 기술 측면에서도 일본에 상당한 격차로 뒤처져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재와 부품을 포함해 개발한 기술을 최종적으로 상품화하기까지 시간과 장치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국가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 사진 홍하얀


기술 발전이나 기초 교육과 관련해 ‘시간의 축적’에 대해 강조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또한 자본에는 국경이 없지만 기술에는 국경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하루빨리 경제성장을 이뤄내야만 했던 우리가 자본 및 노동집약적산업에 집중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선진국들이 밟아온 코스가 우리에겐 없습니다. 기반이 약하고 뿌리가 약하지요. 수학•과학 등 기초 교육이 약하고, 장기적 기술 축적보다는 단기 성과와 생산성을 주목하는 과정에서 원천 기술을 축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창의성은 탄탄한 기초에 입각해 정석을 다양하게 응용하고 연결하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그 기초와 정석은 시간과 땀의 산물입니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축적되는 시간 속에는 계속된 실패의 과정, 두드러진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어두운 시간도 포함된다는 사실입니다. 힘든 것을 거부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피하려는 현상과 의식은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한일 무역 갈등의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서 보듯이 정확한 역사 인식은 모든 사회 활동에 전제되어야 하며 과학기술 영역에서의 발전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서 볼 수 있는 친일•반일 논쟁이나 민간 영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관광 거부 등의 움직임도 역사 인식이 경제와 과학기술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흐름에는 국경이 없지만, 각 나라의 보화인 과학기술에는 국경이 있으며 그 저변에는 올바르고 정확한 역사의식이 흐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는 지난 2018년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확정했습니다. 따라서 한일 무역 갈등을 포함한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전망은 곧 경기도의 핫이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교수님께서 제안하신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이 주목받고 있는데, 테스트베드의 의미와 구축 방안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경기도는 반도체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중추적 회사와 산업체가 밀집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성장 에너지가 집중된 곳인 만큼 경기도의 지원이 본격화되면 성과도 빠르게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술 개발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술력을 갖춘 국내 중소기업에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기술을 제품화하고, 그것을 테스트함으로써 한계와 문제점을 개선해 품질을 더욱 고도화하고,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에서 그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기술 개발과 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개별 대기업, 개별 중소 기업이 스스로 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반도체 테스트베드는 모든 공정이 끝난 후 제품 출하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프로토타입(prototype: 본격적인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개선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 칩의 성능과 신뢰성을 평가하는 환경과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경기도는 국내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과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어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 및 효과 창출의 최적지라 할 수 있습니다.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경우 국내외 기관과 기업의 공동출자 방식으로 조속히 구축을 추진하고, 해외 기술과 인력 및 시설을 유치해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우선의 단기적인 성과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국내 기술의 자립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테스트베드가 성공하고 반도체 소재와 부품의 자립화로 나아가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고통 분담이 필요합니다. 정부 부문, 대기업, 중소기업,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인내와 기다림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사진 홍하얀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과학기술과 산업 생산성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동시에 AI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 상실 내지 갈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현재 상황에서는 AI가 인간의 지성과 감성을 넘어서고 인간과 충돌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뇌의 요소 및 네트워크가 동작하는 원리, 전기 신호의 발생과 처리, 인식 등 매우 기본적인 이론과 구현 기술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AI가 우려되는 것은 인간과 필적할 만한 수준의 사고와 감정 수준을 갖게 되는 것인데, 그런 수준에 도달하는 데에 아직 뇌와 마음에 대해 인간이 아직도 스스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즉, 가까운 장래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으로 도구로서의 AI 개발이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다만 도구 가치로서의 과학기술 추구, 과학 윤리 정립 등의 측면에서의 자성의 눈, 과학기술에 대한 긴장감은 늘 지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것이 눈에 보일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준비하고 만들고 오랜 시간 품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도 조급해하지 말고 오랜 시간을 품는, 시간 축적의 의미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연구를 추진하는 주체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감을 가지고 뚝심 있게 연구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과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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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실패한 아베노믹스로 인해 추락하는 일본 경제가 위기 상황에 대한 출구 전략으로 한국을 정치적 타깃화하면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한일 경제 갈등은 한두 가지 처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기적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좀 더 긴 호흡으로 그간 일본에 편중된 무역 질서와 경제 체질을 혁신하고, 경제 외교력을 확대하며, 대외적 기술 파트너십을 다변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조성재 교수의 조언처럼 기초과학 교육의 확대•강화와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육성 및 지원을 통해 자기 완결적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도록 중•장기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앙정부뿐 아니라 경기도 같은 광역 지자체의 적극적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성재 교수와 인터뷰한 가천대학교 공학관 교수연구실은 4~5평의 작은 규모였으며, 책상 옆에 간이침대가 놓여 있었다. 연구와 실험에 몰두하다 밤늦은 시간이 되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연구실에서 쓰러져 잠드는 게 다반사란다. 과학자의 열정과 애국심에 가슴이 뭉클했다. 조성재 교수가 강조한 ‘시간의 축적’은 산업과 기술의 영역뿐 아니라 학문의 발전, 국가의 발전, 인격 수양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 삶의 영역에 관철되는 지혜인 것 같다. 인간만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인내하고 땀 흘릴 수 있다는 의미를 더 자주, 더 많이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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