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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지구를 존중하다, 생태를 감각하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9-04
백남준아트센터의 전경.  ⓒ 김은미 기자


2008년 10월 개관한 백남준아트센터는 미디어아트의 거장, 백남준 작가의 사상과 예술 활동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키고 실천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예술 공간입니다. 백남준 작가는 생전에 그의 이름을 딴 이 아트센터를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백남준 작가의 창조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전시와 실험적이며 복합적인 장르의 퍼포먼스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3일,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백남준아트센터에 방문하여 현재 진행 중인 특별전 ‘생태감각’을 관람하였습니다.

특별전 ‘생태감각’은 백남준아트센터 2층에서 진행되었다.  ⓒ 김은미 기자


7월 5일부터 9월 22일까지 진행되는 ‘생태감각’은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과도한 지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생명체들과의 다양한 공존 방향을 제시하는 전시입니다. 안내 책자에서는 “전시 관람객들이 소통의 에너지를 느끼며 파국과 종말의 길모퉁이를 돌아 지구의 새로운 존재자들과 연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리슨투더시티, 박민하, 박선민, 백남준, 아네이스 톤데, 윤지영, 이소요, 제닌 기, 조은지 총 열 명의 예술가들이 전시에 함께하여 ‘생태감각’을 주제로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발휘하였습니다.

백남준 ‘사과나무’ 33대의 TV 모니터, 3채널 비디오, 1995년.  ⓒ 김은미 기자


전시장의 입구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던 것은 백남준 작가의 ‘사과나무’였습니다. 33대의 TV 모니터에서 3채널 비디오가 재생 중이었는데 올림픽 게임, 도시의 거리, 빌딩 숲, 여성 누드모델 등이 영상화되어 빛과 이미지를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백남준 작가는 모니터를 사과나무 모양으로 쌓아 올린 이 작품을 통하여 광합성으로 태양 에너지를 저장하는 사과나무와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TV 간의 공통점을 제시하였습니다. 정반대 지점에 놓여 있는 자연과 기술의 연결 지점을 포착한 백남준 작가만의 시선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소요 ‘TV 정원: 주석’ 가변크기, 현장 조사와 다매체 설치, 2019년.  ⓒ 김은미 기자


‘사과나무’ 바로 맞은 편에는 여러 개의 식물 표본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는데, 이는 이소요 작가의 작품인 ‘TV 정원: 주석’이었습니다. 작거나 중요하지 않아 가려져 있던 예술작품 속 생물들을 가시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관람객들은 가운데 놓인 책자에서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소요 작가는 책자에서 193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에 파블로 피카소의 대표작 ‘게르니카’가 전시되었던 일화를 소개하였습니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 당시 나치군이 스페인 게르니카 지역 일대에서 무차별적인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사건을 배경으로 그려진 명화인데,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에 전시될 당시 그림 옆에는 두 개의 화분이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이소요 작가는 이때 두 개의 화분이라는 생물이 생물로서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주변 상황과 화분만이 지닌 생물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반 사물로서 화분을 대했다는 것에서 그 당시 미디어의 특수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음을 암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네이스 톤데 ‘체르노빌 식물표본’ 36×24cm, 30개의 레이요그램, 하네뮬레 용지에 피그먼트 인쇄, 2011~2016년.  ⓒ 김은미 기자


세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아네이스 톤데 작가의 ‘체르노빌 식물표본’입니다.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난 폭발사고인 ‘체르노빌 사건’을 알고 계시나요? 작가는 체르노빌 사건으로 인해 통제된 구역에서 추출한 식물표본을 포토그램 과정을 통하여 작품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감광성 종이 위에 놓인 식물이 빛을 받아 통과한 흔적을 방사선처럼 표현하여 보이지 않는 재앙의 이미지를 가시적으로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체르노빌 사건은 인류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체르노빌 일대에 뿌리내리고 있던 식물들에도 치명적인 비극으로 작용하였음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조은지 ‘봄을 위한 목욕’ 1채널 비디오, 4채널 사운드, 컬러, 10:11, 2018년.  ⓒ 김은미 기자


‘체르노빌 식물표본’ 옆에 위치한 암실에서는 영상 하나가 재생되고 있었습니다. 조은지 작가의 ‘봄을 위한 목욕’이라는 제목의 작품인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소 농장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인간의 손길에 온전히 몸을 맡기고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젖소의 눈망울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에서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작가는 인간과 동물의 피부가 서로 맞닿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담아내어 직접적이고도 물질적인 감각을 표현하였습니다. 영상이 끝난 후에는 “소 목욕시키기는 도축 전, 혹은 아주 더운 날, 소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위이며, 또한 소를 도축하는 사람으로서는 최소한의 일상이다”라는, 작품의 주제를 압축한 내용의 텍스트가 띄워졌습니다.

박선민 ‘고속도로 기하학 2’ 2채널 비디오, 컬러, 유성, 반복재생, 2015년.  ⓒ 김은미 기자


‘봄을 위한 목욕’에 이어 또 하나의 영상 작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박선민 작가의 ‘고속도로 기하학 2’는 고속도로 중앙 분리대에서 발견되는 교통사고의 파편과 로드킬의 흔적, 버려진 쓰레기들을 담은 반복 재생 영상입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던 생태 환경에 인간이 끼치는 영향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 위를 달리며 속도와 죽음의 감각을 상실한 현 인류의 삶을 투영하는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매표소에는 경기도 이동 노동자 무더위 쉼터 운영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 김은미 기자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며 1층 매표소 앞을 지나가던 중 저는 익숙한 안내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경기도에서 집배원, 택배기사 등 이동 노동자들을 위해 제시한 폭염 대책인 경기도 이동 노동자 무더위 쉼터의 안내판이었습니다. 경기도는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도내 241개소에 이동 노동자를 위한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백남준아트센터 1층 로비 또한 쉼터 중 하나였던 것이었습니다. 로비에 전시된 백남준 작가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조금이나마 시원한 여름을 보냈을 경기도의 이동 노동자들을 생각하며 기분 좋게 백남준아트센터를 빠져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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