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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추더라도 남의 장단에 춤추지 말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17
지난 16일,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컨퍼런스 홀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 김진건 기자


지난 16일,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컨퍼런스 홀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은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19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10월 수요 인문학 콘서트’가 열렸다. 수요 인문학 콘서트는 월 1~2회 수요일 저녁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사전 공연과 함께 국내 저명연사를 초청하여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강연자는 장항준 영화감독이었다.

강연 전 ‘샤누 아’의 사전 공연이 있었다.  ⓒ 김진건 기자


강연에 앞서 ‘샤누 아’의 사전 공연이 있었다. 샤누 아는 ‘비파’와 ‘클래식 기타’를 감미로운 선율로 연주했다. 이후 등장한 장항준 감독은 “인기 작가 김은희의 남편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항준입니다”라고 스스로를 유쾌하게 소개하였다. 강연 주제는 ‘창작의 사소한 이유’였다. 창작의 이유에 ‘사소한’이 붙은 것에 대해 장 감독은 자신이 영화를 하게 된 것은 거창한 목표나 포부가 아니라 사소한 순간들로부터 시작됐다고 하였다. 사소하지만 인생에 영향을 미친 두 가지 사건이 있다며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갔다.

장항준 감독이 강연을 하고 있다.  ⓒ 김진건 기자


#1. 사랑받고 자란 아이 ‘장항준’ 장항준 감독은 어린 시절 사랑받고 자랐다고 한다. 보통의 부모는 첫째 혹은 막내를 애지중지한다. 하지만 장 감독은 둘째였다. 그럼에도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비결은 그의 타고난 ‘귀여움(?)’이었다. 장 감독은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있다. 공부나 운동은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된다. 반대로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귀여움’이다. 저는 그것을 타고났다”고 말해 청중을 폭소케 했다. 이와 같은 장항준의 어렸을 적 가정 분위기는 미래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2. 첫 번째 사건-영화 ‘영웅본색’의 등장 장항준 감독이 고등학생이던 시절.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영화가 등장했다. ‘영웅본색’이다. 서양 영화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도심 총격전’이 홍콩을 배경으로 동양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연출하였던 오우삼 감독이 세계적인 거장으로 떠올랐을 정도였다. 영웅본색은 한국의 수많은 청소년도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 청소년 중 한 명이 고등학생 장항준이었다. 장 감독은 영웅본색을 통해 처음으로 소설 집필을 결심했다고 한다. 당시 그가 집필한 소설은 ‘항준본색’이었다. 미국 전역을 배경으로 한 누아르였다. 친구들이 주요 인물로, 악당으로 나오는 선생님들과 싸우는 내용이었다. 이 소설로 장 감독은 살면서 처음으로 주목을 받았다. 같은 반 친구들의 인기를 끌던 소설은 옆 반을 넘어 이과 학생들에까지 이어졌다. 부작용도 생겼다. 소설에 심취하던 친구들이 이야기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장항준은 피곤해졌다. 급하게 결말을 짓고 소설을 마무리했다. 처음에는 후련했다. 피곤하게 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공허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깨달았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신나는 일인지. 학교에서 시키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와 만들어진 것은 ‘항준본색’이 처음이었다. 그의 인생에서 ‘창작의 희열’을 느낀 ‘첫’ 계기가 되었다. #3. 두 번째 사건-고등학생 장항준, 세상을 알게 되다 소설 ‘항준본색’으로 고등학생 장항준은 교내에서 유명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그를 찾아왔다. 그들은 그에게 시 쓰는 동인지를 만들자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와 거리가 멀었던 그에게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는 자신이 동경했던 친구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한 번 발행할 때마다 시를 2편씩 써와야 했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시까지 잘 썼는데, 자신의 수준은 ‘동시’에 머물렀다. 처음으로 ‘열등감’을 느꼈다. 고등학생 장항준은 신촌 대학가의 서점을 찾았다. 공부 잘하는 대학생들이 보는 책을 보며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그는 놀랐다. 젊은 시인들의 분노를 보았다. ‘우리 사회가 불공평하다고?’,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는다고?’와 같은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자신이 알던 세상이 지금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 책들 역시 공식 판매가 금지되고, 대학가 작은 서점에서만 구할 수 있는 책이었다. 고등학생 장항준은 깨달았다. 세상을 알아야 글도 쓸 수 있다고. 세상의 밝음을 알기 위해서 어두움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입시철이 되었다. 대학 입시를 위해 동인지 모임은 마지막 발행을 앞두고 있었다. 그의 인생에 마지막 시가 될지도 몰랐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시는 써지지 않았다. 그는 밤을 새워 한편을 지어서 냈는데 이것이 친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등학생 장항준은 문학의 ‘진정성’을 깨달았다. 장 감독은 “누구나 창작은 ‘희열’이 있고, 문학의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누구나 이해는 하지만, 경험하지 못하면 사실 모른다. 나는 이 두 가지를 고등학교 때 느꼈다”고 말하며 위의 두 가지 사건이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4. 영화감독을 결심하다 고등학생 장항준도 입시를 피할 수 없었다. 고민이 되었다. 영화가 하고 싶었지만, 당대의 한국영화는 암흑기였다. 검열과 탄압의 시기였다. 연극영화과에 들어가더라도, 자신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걱정됐다. 결국 선생님이 추천하는 곳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종로경찰서 형사인 친구 아버지가 관할 구역 극장에서 받은 공짜 초대권을 주셨다. 그날 본 영화는 ‘썸머 스토리’였다. 그는 말로 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던 길, 버스는 명동성당 인근에서 차량정체로 멈춰있었다. 버스 창문 밖으로 많은 사람이 보였다.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많은 사람 중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람들을 살펴봤다. 그렇게 보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고등학생 장항준은 결심했다. ‘그래, 내 인생 내 마음대로 살자. 공부를 못하니 성공하기는 조졌다. 하기 싫은 일을 해도 조졌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조졌다. 어차피 조져버린 인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말이다. 집에 가서 아버지께 말하였다. 당대의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 탓에 영화를 하고 싶다고 하면, 뺨을 맞던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뭐라고 답하셨을까. “하고 싶은 것은 있다니 너무 다행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웃으셨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한 장항준은 영화의 길을 결심했을 때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이후 ‘고등학생’ 장항준은 연극과에 들어갔고 ‘영화감독’ 장항준이 되었다.

강연을 마치고 Q&A를 하고 있다.  ⓒ 김진건 기자


#5. “춤을 추더라도 남의 장단에 춤추지 말자” 강연을 마치고 장 감독은 청중들과 Q&A 시간을 가졌다. ‘능청·유머의 비법’을 묻는 말부터 ‘생각을 아이디어로 바꾸는 방법’, ‘현장에서 배우들과 소통하는 방법’ 등 여러 질문이 있었다. 특히 ‘인생의 모토’를 묻는 말에 장 감독은 “나의 모토는 ‘춤을 추더라도 남의 장단에 춤추지 말자’이다. ‘나’와 ‘타인’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내가 즐거우면 세상의 절반을 얻는 것이다. 내가 남의 장단에 춤을 추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물론 나도 항상 이렇게 살지는 못한다. 흔들리지는 말자는 의미에서 모토로 하고 있다”고 답하였다. 만약 그가 선생님의 추천대로 대학을 갔으면 어떻게 됐을까. 버스 창문 사이로 봤던 사람들과 같은 삶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이날의 강연에서 영화감독 장항준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강연 내내 이어진 유머와 농담, 영화감독이 되기까지의 사소한 일화들 속에서의 그의 말은 청중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수요 인문학 콘서트는 오는 30일에도 열린다.  ⓒ 김진건 기자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주관하는 ‘2019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10월 수요 인문학 콘서트’는 오는 30일에도 열린다. 온오프믹스 사이트(www.onoffmix.com)에서 ‘스타트업캠퍼스’를 검색하여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다. 강연 당일 현장접수도 가능하나, 선착순 입장으로 조기 마감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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