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곡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마지막 주 수요일, 문학이 있는 날』 5월 마지막 주 수요일
이달의 주제 : 시 『큰일』
큰일
김경식(시인)
여보세요
김 사장님? 지붕 좀 봐 달랬더니 이제 전화 주셨네
저예요, 어머니
빨리 와 보셔,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니까
아들이라구요!
뭐라 하는지 통 들리지를 않네. 잠깐 기다리셔, 저이 바꿔줄게
아버지!
아, 큰애구나
배수구가 막혔는가요?
네 어머니 귀가 먹어서 큰일이다
사람 불러도 안 오고 갑갑해서 어떡해요
답답하다마다. 글쎄 자꾸 딴소리를 하는구나
♦ 작가의 한마디
노부모의 안부가 걱정되어서 고향집 번호를 누릅니다. 가는귀먹은 어머니는 전화선을 타고 오는 남자 목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십니다. 당장 급한 것은 지붕을 수리해 줄 김 사장이니 그이만 찾습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에 아버지에게 수화기를 넘기지만 연로하신 아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들의 목소리를 알아듣기는 해도 ‘막다’와 ‘먹다’, ‘답답하다’와 ‘갑갑하다’를 헛갈려 하십니다.
큰일났습니다. 그런데 큰일은, 그치지 않는 비일까요, 줄줄 새고 있는 지붕일까요? 귀먹은 노부모일까요, 큰일이 났는데 달려가지 않고 전화기를 붙들고 걱정하는 척하는 자식일까요?
5월 가정의 달,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다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그날 하루 지나면 시들고 마는 카네이션 한 송이로 어버이의 은혜를 갚을 수는 없습니다. 어린이날 손에 들려준 장난감, 부부의 날 한 끼의 외식으로 그 사랑을 갈음할 수는 없습니다.
계절이 지나고 해가 또 바뀌어도 우리의 삶이 지속되는 것처럼, 5월은 흘러가 버렸지만 가정의 달은 일년 내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내 고장 부천이 감사와 사랑이 넘치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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