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마지막주 수요일 문학이 있는 날 심곡도서관 상주작가인 김경식 작가가 쓴 시
『입동立冬즈음 』 입니다.
이달의 주제
시 『입동立冬즈음 』
입동立冬 즈음
김경식(시인)
시리고 아파 병원에 갔더니 잇몸 뼈가 녹아 사라졌다 한다. 어금니 몇 개 뿌리를 잃고 무른 살 위에 망연히 앉아 있다
밥상 가득한 아내의 수고는 이제 쓸모가 없다.
뼈를 이식하고 이를 새로 해 넣을 때까지
차 한 잔의 약속도 저만큼 끼니때를 비켜서 잡아야 한다
나는 지금 허방 위에 서 있는 셈이다
언뜻 균형을 잃거나 한 걸음 잘못 내딛으면 저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터
씹을 수 없는 아침,
맹물에 만 한 주걱의 밥을
조심스레 목구멍에 밀어 넣고
생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
우수수 잎이 지는 정원의 나무들 곁에 서서
바람 들까 볏짚으로 밑동을 싸고 그의 뿌리 단단히 밟아주는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사는 일에 바빠서 제 몸 돌보지 않고 이리저리 섭슬리다 보면 무쇠 같던 몸도 하나 둘 고장이 나기 시작합니다.
두어 달 전부터 통증이 있었지만 병원 가기도 귀찮고 이내 가라않겠지 진통제로 버티다가 더는 참을 수가 없어 치과에서 이를 뽑습니다.
의사는 임플란트 시술을 권유합니다. 고액(高額)의 비용도 부담스러운데 인공뼈를 이식하고 새 이를 만들어 끼우기까지 몇 달 동안이나 음식물을 씹지 못하는 것은 물론 주기적인 통원치료를 받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고 애초에 치료를 받았으면 쉽게(?) 해결되었을 일을 방치하여 두었다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큰 부담을 지게 되었습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 했던가요.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서있는 저 겨울나무는,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저 길고양이들은 또 얼마나 힘겨울까. 나이 들고 몸이 부실해지니 자연스레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2018 무술년(戊戌年)의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새해 첫 아침의 다짐은 얼마나 이루었는지 겸허히 돌아볼 때입니다.
그리고 또 햇살 들지 그늘에서 떨고 있는 이웃은 없는지 두루 살펴보고, “건강하게 이 겨울을 함께 나자”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줄 때입니다.
최종수정일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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