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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부천

심사평

2022년 수상작

2022년 수상작 총평

생존의 드라마로 인간의 품격을 묻는다.

이민진의 『파친코』는 재일조선인의 4대에 걸친 가족사를 촘촘하고도 정확한 묘사와 질긴 힘줄의 서사를 통해 재현함으로써, 생생한 체험을 접하는 절실한 느낌으로 독자의 가슴을 박동시킨다. 이 절박한 생존의 이야기는, 한편으로 19세기말부터 끊임없는 외세의 내습으로 난바다를 표랑하는 조각배의 처지가 된 모국 조선의 고난을 암시하면서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정처를 잃고 낯선 땅들을 떠도는 불우한 운명에 처한 전 세계 유랑민의 ‘디아스포라’를 대표한다.

이 작품의 일차적인 미덕은 무엇보다도 도처에서 시시각각으로 닥치는 위협에 맞서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방책을 구해 온 인간의 의지와 능력을 보여준 데 있을 것이다. 독자는 예기치 않게 급습하는 운명의 광포한 힘에 전율하는 한편, 그에 맞서는 인간의 생명력에 벅찬 응원을 보낸다. 『파친코』에서 운명과 인간의 대결은 다채로운 사건들을 통해 다양히 변주됨으로써 실감에 진실을 더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생존의 드라마가 아니다. 작가는 사건과 그 후과를 보여주는 내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시종 던진다. 요컨대 인간은 인간의 품격을 증명하면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거짓을 행하고 엄살을 떨고 우연에 기대어서 짐승처럼 살아남는 건 의미있는 생존이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내가 삶에 대해 가치 있는 존재가 될 때, 삶도 내게 가치있다는 윤리적 사실이다. 그 점에서 『파친코』는 고결성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그것은 모든 독자를 품위로 감싸며 정신의 가파른 계단을 의연하게 오를 결심을 하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었다고 하리라.

제2회 부천디아스포라문학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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