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가능한 생필품 공급망과 생활 복지의 결합, ‘식품 사막화’ 막는 구원투수
시범운행을 시작한 연천군 ‘행복배달 소통마차’ ⓒ 김연홍 기자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격오지 농촌의 동네 마트와 식당이 사라지는 ‘식품 사막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도와 연천군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냉장·냉동 설비를 갖춘 특수 트럭이 마을 구석구석을 직접 찾아가는 ‘행복배달 소통마차(이하 행복마차)’ 사업을 전격 도입했다. 지난 7월 6일부터 본격적인 시범운행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농촌 맞춤형 복지 실험을 시작했다.
■ 상권 무너진 농촌의 그늘, ‘식품 사막화’를 아십니까
농촌 ‘식품 사막화’ 해결을 위해 도입된 이동형 복지 ⓒ 김연홍 기자
휴전선과 맞닿은 경기도 연천군의 외곽 마을들은 최근 심각한 생활 인프라 붕괴를 겪고 있다. 구멍가게 하나 남아 있지 않아 두부 한 모, 라면 한 봉지를 사려고 해도 버스를 타고 읍내까지 수십 분을 나가야 하는 처지다. 인구 감소로 상권이 무너지면서 주민들이 생필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는 이른바 ‘식품 사막화(Food Desert)’ 현상이다.
특히 연천군 주민들은 매달 15만 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받고 있지만, 막상 마을 내에 돈을 쓸 수 있는 가게가 전혀 없어 소비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번에 도입된 ‘행복마차’는 바로 이러한 격오지 농촌의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현금성 지원에 물품 공급망을 결합하여 주민 체감형 복지를 실현하고자 기획된 경기도의 혁신적인 이동형 생활 복지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 달리는 냉장 매점 ‘행복마차’, 마을회관 앞 신선한 장터 열다
신선식품 판매, 지역화폐 결제, 맞춤형 구매대행 서비스 ⓒ 김연홍 기자
군대의 이동식 피엑스(PX)인 ‘황금마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행복마차는 특수 개조된 1톤 냉장·냉동 탑차다. 차량 내부에는 신선식품부터 식료품, 생수, 화장지, 가공식품, 그리고 샴푸나 세제 같은 필수 생활용품까지 알차게 진열되어 격오지 주민들을 만난다.
행복마차가 방문하는 연천군 관내 마을회관 앞은 오랜만에 문을 연 집 앞 장터 덕분에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를 타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거주지 인근에서 싱싱한 식재료와 생필품을 눈으로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격오지 주민들의 복지 편의성이 대폭 향상되었다.
특히 이동형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지역화폐 카드 결제 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했다는 점이 핵심 장점이다. 주민들은 매달 지급받는 농어촌 기본소득과 경기지역화폐 카드로 현장에서 편리하게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지급된 기본소득이 격오지 마을 현장에서 즉각적인 소비로 이어지며 지역 경제의 모세혈관을 자극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셈이다.
✔ ‘행복배달 소통마차’ 주요 융합 서비스
▪ 이동식 냉장·냉동 매점: 격오지 맞춤형 신선식품 및 주요 생필품 현장 판매
▪ 지역화폐 연계 시스템: 농어촌 기본소득 및 지역화폐 카드 즉시 결제 지원
▪ 주민 맞춤형 구매대행: 차량에 없는 특수 물품 신청 시 차기 방문 때 전달
▪ 찾아가는 맞춤 복지: 독거노인 안부 확인, 생활 불편 수렴 및 복지 서비스 연계
■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촘촘한 순회 일정, 34개 마을 찾아가
연천군 관내 6개 면, 34개 마을을 주 5일 순회 ⓒ 김연홍 기자
이번 시범운행은 7월 6일(월)부터 7월 24일(금)까지 약 3주간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연천군 관내 6개 면의 총 34개 마을회관 및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주 5일 동안 쉴 틈 없이 순회하는 일정이다.
요일별로 이동 동선과 방문 시간이 촘촘하게 짜여 효율적인 공급망을 다진다. 월요일에는 중면 횡산리를 시작으로 삼곶리, 군남면 일대를 차례로 방문하고, 화요일에는 왕징면 무등리, 미산면 우정리, 군남면 진상리 등을 순회한다. 수요일에는 청산면 장탄리·대전리 일대를 누비며, 목요일에는 왕징면 동중리와 미산면 백석리·유촌리 등을, 금요일에는 장남면 원당리·자작리와 연천읍 및 전곡읍의 복지시설까지 구석구석 찾아가 따뜻한 소통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 단순한 장터 넘어선 ‘구매대행’과 ‘생활 복지’의 따뜻한 융합
북삼리 복지회관 앞 운행 현장과 복지 배달 ⓒ 김연홍 기자, 연천군
행복마차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트럭에 그치지 않는다. 현장 진열대에 없는 특수한 물품이나 주민들이 별도로 요청하는 품목의 경우, 현장에서 신청을 받아 다음 방문 때 어김없이 배달해 주는 ‘맞춤형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빛나는 부분은 ‘찾아가는 복지’의 실현이다. 거동이 불편해 마을회관까지 나오지 못하는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 가구에는 행복마차 운영 요원들이 주문받은 물품을 집 앞까지 직접 배달해 주는 시스템을 갖췄다. 물건을 전달하면서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안부를 묻는 등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병행한다. 현장에서 발견된 긴급 복지 위기 가구나 주민들의 생활 불편 사항은 즉시 관할 지자체의 사회복지 담당 부서로 연계되어 촘촘한 현장 밀착형 복지를 구현하고 있다.
■ 8월 모니터링 거쳐 9월 정식 운행… “농촌 맞춤형 복지 모델의 표준 될 것”
7월 시범운행 후 다가오는 2026년 9월 정식 운행 예정 ⓒ 김연홍 기자
경기도와 연천군은 이번 7월 시범운행 기간 동안 발생하는 매출액, 이용객 수, 주민들의 품목별 선호도, 이동 동선의 효율성 등을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다. 이어 8월 중 주민 피드백을 수렴하는 모니터링 단계를 거쳐 미비점을 보완한 뒤, 다가오는 2026년 9월부터 노선을 최종 확정하여 본격적인 ‘정식 운행’에 돌입하게 된다.
소외된 격오지 마을 주민들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힘찬 시동을 건 ‘행복배달 소통마차’. 현금 지급 중심의 복지를 넘어 현장 중심의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이번 사업이 인구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전역 농어촌 복지 모델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