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기자] 2019년 11월 유네스코 총회에서 2021년 세계기념 인물로 선정된 위인이 있습니다. 종교인으로는 마더 테라사 이후 두 번째라고 하는데요. 그 주인공이 바로 우리나라 김대건 신부입니다.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긴 순교자 김대건 신부! 올해는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인데요. 김대건 신부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안성 미리내 성지를 다녀왔습니다.



은하수 같았던 순교자들의 보금자리 미리내 성지!



미리내 성지는 신유박해(1801년)와 기해박해(1839년) 당시 경기도와 충청도 천주교 신자들이 마을을 이뤄 살던 교우 촌이었습니다. 1846년 병오박해 당시 순교한 김대건 신부와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이윤일 요한의 시신이 이곳에 안장되면서 순교 사적지로써 한국 천주교회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곳이 되었습니다. 방문한 날은 휴일이라서 그런지 미리내 성지에는 신자들이 많았습니다. 입구에는 미리내 성지라고 크게 쓴 표석이 눈에 띕니다. `미리내`는 우리말로 은하수라는 뜻인데요. 천주교 박해 당시에 신자들이 이곳으로 숨어들어 옹기를 굽고 화전을 일구고 살았었는데 마치 밤에 보이는 그 모습이 은하수처럼 보여 미리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미리내 성지는 성요셉성당, 한국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 성전, 경모당, 20단의 야외 묵주기도의 길, 야외 십자가의 길까지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 좋은 곳입니다. 성지 곳곳에 안내판이 잘 되어 있어서 넓은 미리내 성지를 산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성지에 들어가기 전에 강도영 마르코 신부(초대 주임신부, 1896~1929)가 신자들과 함께 1907년 건립한 성요셉성당부터 먼저 들러보았는데요. 무려 110년의 역사를 간직한 성당입니다. 제단 안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아래턱뼈(아래턱뼈)가 모셔져 있습니다.



성요셉성당 옆에 있는 말구 우물은 한국 땅에서 최초로 서품을 받은 강도영(마르코) 신부가 1896년 미리내 초대 본당 신부로 부임했을 당시 성당 신축과 생활용수 사용을 위해 1905년 무렵에 강 신부가 직접 판 것이라고 합니다. 당시 30자 이상을 파 들어가다가 암반층을 만나게 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5자를 더 파서 결국 물줄기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고 강도영 신부의 세례명을 따서 말구 우물이라고 이름 짓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마태오 11장 28절) 성지 안에는 가을 장맛비가 그치고 난 파란 하늘과 입구 좌측에 놓여진 한국 순교자 성인복자상이 두 팔 벌려 환영해주고 있었는데요. 그 모습을 통해 종교를 떠나 일상속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것 같았습니다.



초가을 햇볕이 조금 따가웠지만, 도보 이동로에 나무가 우거져 그리 덥진 않았는데요. 가을이 더욱더 깊어져 이 나무에도 단풍이 들게 된다면 아주 멋진 풍경이 될 것 같아 한층 기대되었습니다. 야외 묵주기도의 길에는 1단부터 20단까지 예수의 탄생과 고난, 부활까지의 과정이 정교한 조각이 놓여 있었습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섬세한 조각을 하나하나 보면서 가다 보면 지루하지 않게 미리내 성지로 갈 수 있으니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미리내 성지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인 한국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 성전 앞에는 십자가의 길이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라틴어로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혹은 비아 그루치스(Via crucis)라고 하며, `슬픔의 길`, `고난의 길`, `고통의 길`을 뜻한다고 합니다. 여기가 바로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 성전으로 미리내 성지에서 가장 큰 성당입니다. 대성당 지하에는 천주교 박해 시대 때 선조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고문당하던 형구 모형과 순교 장면을 전시한 공간이 있습니다. 지금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이러한 고문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지만, 불과 200년 전에는 박해로 목숨까지 바쳐야 했던 고난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전시공간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1839(기해)년 9월 21일 앵베르 라우렌시오 주교와 모방 베드로, 샤스탕 야고보 신부가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종교를 위해 타국에 왔다가 순교하신 외국 신부와 선교사들을 기억하는 공간입니다.



대성당 오른쪽에 있는 경모당에는 김대건 신부의 성해 발뼈 조각이 관 조각 일부와 함께 보관되어 있습니다. 미리내 성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성당에서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모시고 있다고 합니다. 김대건 신부 기념 성당 및 묘역으로 가는 길에는 성당 우측에 미리내 성지에서 은이성지를 잇는 삼덕고개길이 있었는데요. 삼덕고개는 김대건 신부가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하자 이민식 빈첸시오가 그의 시신을 수습해 미리내 성지로 모시고 올 때 숨어서 걸었던 일부 구간입니다. 등산로 코스는 총 13.4km(4시간 30분 소요)이며 미리내 성지에서 출발해 많은 사람이 걷는 코스라고 합니다. 2021년 세계기념 인물 김대건 신부가 잠들어 있는 곳



삼덕고개길은 잠시 뒤로 하고 김대건 신부 기념 성당에 들렀습니다. 1925년 7월에 지어진 100여 년 된 성당으로 건축의 형태는 고딕 양식을 띄고 있었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성당 앞에 놓인 4개의 묘소를 볼 수 있는데요. 왼쪽에서 두 번째 노란 국화가 놓인 곳이 바로 김대건 신부의 묘이고 양옆으로는 조선교구 제3대 교구장 페레올 주교, 강도영 마르코 신부, 최문식 베드로 신부 묘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당 바깥 왼쪽에는 김대건 신부의 어머니 장흥 고 씨 우르술라(세례명) 묘도 안치되어 있습니다. 2021년은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해로 종교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미리내 성지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심신이 많이 지친 요즘, 미리내 성지에서 선선한 가을바람 맞으며 마음의 휴식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미리내 성지 위치: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성지로 420 개방 시간 : 매일 09:00~18:00 문의: 031-674-1256



[출처:경기도블로그]
[작성자:2021 경기도민기자단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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